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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area/Railway(철도)

최연혜 코레일 사장 인터뷰- 최연혜 코레일 사장 "민영화? 분명히 반대했다"

by Jinny815 2014. 1. 6.

'사상 최장' 23일간의 철도파업 종료 직후에 만난 최연혜 코레일 사장 얼굴에는 여전히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파업은 끝났지만 하루라도 빨리 철도 운행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 490명 중징계를 비롯한 파업 참여자에 대한 후속조치와 직원간 불협화음 등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데 작업이 만만치 않다. 직원들의 명예도 다시 복원시켜줘야 한다.



파업 충격의 여진은 '진행형'이지만 9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 최 사장의 시계는 이제 미래에 맞춰져 있다. 

" '최연혜 경영'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경영 정상화에 에너지를 모을 겁니다"

2015년 수서발KTX 출범에 따른 경쟁 우위를 위한 체질 개선이 급하다. 강도 높은 자구책과 함께 경영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흑자경영·안전경영·창조경영·조직혁신 등 4대 과제에 앞으로 3년간 경영의 방점을 찍을 것입니다"


파업은 최 사장이나 코레일에 많은 상처와 숙제를 남겼다. 고임금 구조 논란에 국가 철도를 책임진다는 명예는 실추되고 노사 갈등은 커졌다. 민영화 논란 해소와 경쟁체제에서의 생존, 코레일 경영개혁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아졌다.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최일선에 서있다는 부담감도 크다.


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사옥에서 최사장을 만나 회사 정상화와 경영개혁, 흑자달성 비전 등을 들어봤다.




사진=임성균 기자



-23일간 파업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고, 불편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노조와 회사 모두 부담이 크다. 국민들께서 많이 참아주셨다. 조급하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게 해주신 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당장 파업 수습이 당장 중요 과제다.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나.

▶물론이다. 원칙을 안지키면 파업에 참여 안한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해달라고 할 명분이 없어진다. 파업 참여 안하면 왕따 당한다고들 한다. 원칙이 흐려지면 '내가 왜 파업에 참여 안했을까' 하는 후회만 남게 될 것이다. 이는 포용이나 소통과는 별개의 문제다.


-유난히 원칙이 강조되면서 '철의 여인' '대처'라는 별명도 붙었다.

▶부담스럽다.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이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업이 벌어졌다. 예상은 했었나.

▶코레일 사장 중에 파업 경험 안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2006년 부사장일 때도 이미 경험했다. 사장 공모에 2번 지원하며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면접 때도 심사위원들이 노사문제를 가장 많이들 물어왔다. 1차 추천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것도 아마 심사위원 입장에서 (외견상 유약해보이는) 여성이라는 게 고민스러웠을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코레일 임원추천위원회가 3명의 사장 후보를 공운위에 추천했지만 국토부가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재공모를 진행했다. 최연혜 사장은 1차 추천명단에 포함되지 않다가 2차에 들어갔고 결국 사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그런데 제 별명 중 하나가 '반전외모'다(웃음). 김진명 작가가 붙여준 별명이다.


-부사장으로 코레일에서 근무했던 '내부 전문가'인데, 돌아와 보니 과거와 달라진 게 뭔가.

▶2007년에 코레일을 떠나서 6년만에 돌아와 보니 많이 변해 있었다. 2005년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됐을 땐 규율이나 통합 같은 명령계통이 살아 있었다. 이번에 와서 보니 현장과 경영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현장 직원 중에는 사장 취임 1주일이 다 되도록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소통이 안되고 있고, 사장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무관심이 팽배해 있었다.


-2009년 파업과 비교해보면?

▶그땐 1만70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전면파업을 하면 열차 운행률이 급격히 떨어져 파업 초기부터 공권력이 투입됐다. 이번에는 대체 근로자들이 많아서 KTX나 전동열차 운행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체인력 얘기가 나왔다. 이 사람들 고용은 어떻게 되나.

▶채용을 할 때 파업 기간 중 일일계산 방식의 계약을 했었다. 일회용, 토사구팽. 이런 식의 표현은 맞지 않다. 계약종료정도가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사진=임성균 기자



이번에 뽑은 인력이 208명이다. 이중 28명은 퇴직자로서 단기 고용이라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다. 면허소지자와 인턴수료자가 172명이다. 이 사람들에 대한 고용은 유지하겠다. 특히 신규 인턴채용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하겠다. 채용 일정을 앞당겨 조만간 공고를 하겠다. 인턴은 2~3회에 걸쳐 상시 채용하는 형태로 갈까 한다.


-징계 규모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겠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예측이 어렵다. 회사에서 중징계 해도 법원에서 결정이 달라진다. 2009년에도 169명을 해임이나 파면했는데 법원에서 42명으로 제한했다.


-임금협상은 어떻게 되나. 회사는 동결, 노조는 6.7% 인상 요구했는데.

▶12월31일까지 협상을 안하면 회사 안대로 되는 것이어서 동결로 자동 결정됐다.


-노조 상대 손해배상 청구액이 152억원이다. 대체인력 비용까지 청구하겠다던데.

▶대체인력 비용까지 추가하겠다. 코레일 피해액만 계산한 건데 화물열차 운송 차질로 산업계 간접피해가 1조원이고 한다. 소송은 파업 참가자 개개인을 상대로 하겠지만 조합비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안다.


-국민들이 '철밥통'이라는 비난을 하는데, 노조원이나 일반 직원들은 많이 억울해 한다.

▶파업 기간중 알려진 내용중에는 바로 잡을 것들도 있다. 평균 연봉이 6900만원인 건 맞다. 그런데 우리 직원들 평균 연령이 47세다. 20년 근속 했다. 주말 특근에 명절, 야근 수당 이런 것들 다 포함한 거다. 각종 수당 빼면 기본급이 4000만원정도다. 이게 많다고 볼 순 없지 않나. 국회에서도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자동승진제 같은 경우는 어떤가?

▶올해 단체협상이 있다. 3급까지 승진이 보장되는 자동승진제와 근무지를 고정시키는 전보금지 같은 불합리한 협약은 수정하는 것으로 노조와 논의할 생각이다.


-과거 기고문이나 인터뷰에서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했던 일 때문에 공격을 많이 당했는데.

▶모든 민영화가 나쁘다는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당시 철도 민영화에는 분명히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영화 방안은 정부가 철도투자를 다 해놓고 민간에 운영자로 들어와 운영수입을 고스란히 챙기는 식이었다. 이건 명백한 특혜였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나. '민영화 반대했던 최연혜 사장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했으니 그 말을 믿어보자'라고 할 순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비대위원장 시절 철도경쟁을 반대해서 지금과 같은 수정안이 나온 것이다. 민영화가 진행됐다면 사장에 지원하지도 않았다.


-알짜 노선만 수서발KTX로 떼낼 게 아니라, 코레일 적자노선 절반을 떼서 수서발KTX에 줘야 제대로 경쟁이 이뤄진다는 주장도 있다. 철도발전 소위원회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나?

▶수서발 노선은 신규 노선이고 정부는 신규 노선 배분에 대한 경쟁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가 판단할 몫이다.


사진=임성균 기자



-파업은 끝났다. 흑자경영 선언도 했고 올해부터 진짜 경영 시험대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방만, 만성적자, 강성노조' 이런 것들이다. 이런 말 나오지 않게 하겠다. 코레일은 세계적으로 운영능력이 최고 클래스다. 해외에 철도 운영 노하우를 수출할 때다.

9일이면 취임 100일인데 비전 목표를 새로 제시하겠다. 전면적인 리뉴얼이 될 것이다. '흑자경영·안전경영·창조경영·조직혁신' 등 4대 비전과 함께 '국민행복 코레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 계획이다.


-흑자 달성이 쉽지 않을텐데.

▶코레일이 연간 1조원 비용을 쓴다. 5000억원은 전력 등 에너지고 나머지는 소모성 부품이다. 구매 프로세스 관리를 잘하면 소모성 부품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결국은 철도요금 인상이 가장 확실한 경영개선 방법 아닌가. 전기료도 올랐는데, 비용부담을 반영할 생각은 안해봤나?

▶요금 올려야 할 필요 있다. 지난 5년간 고정됐다. 지난번 비공식 자리에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를 한 적 있다. 물론 반영될 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분명히 필요는 있지만 이번 파업으로 요금 올리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