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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 up challenage!!/스타트업동향

벤처 10년 생존율 8.2%… M&A활성화·稅혜택 늘려 '돈줄' 뚫어야

by Jinny815 2015. 9. 1.

벤처 10년 생존율 8.2%… M&A활성화·稅혜택 늘려 '돈줄' 뚫어야


[세계는 창업전쟁중] 창업 생태계 키우려면

창업 3~7년이면 자금 고갈, 上場으로 돈 가뭄 푸는 데 12년… 대기업은 스타트업引受 무관심


투명한 M&A 정보 인프라 구축… 벤처도 글로벌 홍보 역량 키워야


스타트업 '다섯시삼십분'은 2012년 종이접기 게임인 '렛츠 폴드(Let's fold)'를 내세워 창업했다.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하자 "재미있고 교육적이기까지 하다"는 호평(好評)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회사는 창업 3년 만에 게임사업을 접었다. 연간 2200여개의 게임이 쏟아져나오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자신들의 게임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하기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에 초기 투자금을 대부분 소진하고,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허사였다.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자금도 알아봤으나 문턱이 너무 높았다. 기보는 '보증신청서식' 3종, '기술평가서식' 6종, '유동화보증서식' 2종 등 총 11종의 서류에 대표이사 본인의 연대 보증까지 요구했다. 정상화 대표는 "대출도 어렵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조달은 너무 시장이 좁아 어려웠다"며 "다른 회사의 서비스 개발 하도급을 맡아 근근이 버텼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이사 서비스 '짐카'를 새로 출시해 '제2의 창업'을 시작했다.





창업 붐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고 있지만, 막상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알리바바나 우버, 핏비트처럼 글로벌시장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사례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스타트업이 창업 3~4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스타트업들의 실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들을 둘러싼 우리의 창업 생태계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3년 이상 생존율 41%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3년 후 생존율은 41.0%로 17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다. 10년 이상 생존율은 8.2%에 불과하다. 김보경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창업 중기(창업 후 3~7년)에 찾아오는 매출 정체와 자금 고갈의 위기로 이른바 '데스 밸리(death valley)'를 못 넘기는 스타트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창업가들과 벤처 투자자들은 그 원인으로 벤처 금융 환경의 문제점을 꼽는다. "기업은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exit·엑시트)'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증시 상장과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인 스타트업의 엑시트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둘 중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페녹스 벤처캐피탈의 유석호 대표는 "한국에선 증시 상장 조건이 까다로워 (상장까지) 평균 11~12년이 걸리고, 삼성·현대차 같은 큰 기업은 스타트업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벤처 금융이 한국 창업 생태계의 '약한 고리'인 셈이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수익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 등 창업 선진국에선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스타트업은 사업 자금을 마련해 생존을 보장하는 모델이 정착되어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미국은 스타트업의 50% 이상이 구글 같은 대형 기업에 M&A되는 형식으로 엑시트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M&A 엑시트 비중은 단 2.1%에 불과하다"고 했다.


◇투명한 M&A 정보 인프라 필요


벤처 투자 업계는 "M&A가 활성화되면 스타트업들이 '데스 밸리'에 빠지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해 또 다른 투자에 나설 수 있고, 창업을 통해 어렵사리 개발한 첨단 기술과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연기금 등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민간 투자자들이 벤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스타트업 육성 기업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는 "대기업이 벤처투자를 하면 세제 혜택을 주거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만으로 M&A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글로벌 홍보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벤처 투자 전문 회사 360아이피(IP)의 오준원 부사장은 "국내에 우수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을 찾아서 해외 VC들에게 투자를 주선하려 해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 기업에 대한 믿을 만한 외국어 자료가 너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한국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있어도 해외 투자자들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8월 미국의 스타트업 전문 분석 업체 '스타트업 지놈'이 낸 전 세계 각국의 창업 생태계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는 중국과 한국, 일본에 대한 내용이 빠졌는데, 이 업체는 "이 국가들에 대한 자료 수집이 어려워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철환 기자 plomat@chosun.com] [강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