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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작고 민첩해져야 산다"…회사 2개로 쪼갠 美 HP

by Jinny815 2015. 7. 3.

"작고 민첩해져야 산다"…회사 2개로 쪼갠 美 HP




미국 휴렛팩커드(HP)가 두 개의 별도 회사로 분리된다. 사진은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제공


미국 휴렛팩커드(HP)가 회사를 두개로 쪼깨는 작업을 공식화했다. HP는 1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사를 개인용 컴퓨터(PC)·프린터 부문과 기업 하드웨어·서비스 부문으로 나누는 방안을 공시했다.


공시 서류에 따르면, HP는 올 11월 PC·프린터 판매 회사를 HP Inc로, 기업 서비스 부문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로 분할한다. PC·프린터 사업부는 매출액 573억달러, 남는 컴퓨터 서버와 서비스 부문은 매출액 576억달러로 엇비슷한 규모다. HP의 한국 지사인 한국HP 역시 이에 따라 조직 분리와 사무실 이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HP의 임직원 30만명과 170개 해외 법인을 알맞게 나누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HP는 500명으로 구성된 '기업분할 전담 조직' 주도 아래 지난해 하반기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투입된 돈만 18억달러였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의 CEO는 맥 휘트먼이, HP Inc는 디온 웨이슬러가 담당하게 된다.


HP는 1939년 스탠퍼드대 동문인 빌 휼렛과 데이브 패커드가 설립한 벤처 기업의 원조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로 성장하며 프린터와 잉크, 컴퓨터 서버와 소프트웨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지난 2년간 PC 부문이 업황 악화, 중국 제조사들의 부상 등으로 한계에 직면했다. 회사는 아마존, 애플 등이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업으로 승승장구할 때도 경쟁에서 밀려났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HP의 비대한 크기가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항공모함이 방향 전환이 쉽지 않듯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것. 그는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작아지고, 민첩해지고, 더욱 집중해야만 했다"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본 구조를 갖추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휘트먼은 HP Inc를 통해 3D 프린터와 같은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는 성장 동력을 찾는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HP가 분할을 공식화하면서 중단됐던 스토리지 회사 EMC와의 합병 논의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성사된다면 2001년 HP의 컴팩 인수에 이은 대규모 합병이 될 전망이다.


휘트먼은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의 미래에 인수합병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HP가 회사를 쪼갠 것을 두고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HP의 이사회에 자리를 마련한 행동주의 투자자 래를 훠트워스는 주주가치 창출을 위해 분할을 주장해왔다.


분할로 마이너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단가를 낮추는 이점이 있었지만, 분할 이후에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을 대상으로 서버를 팔 때 호환성이 좋은 자사 PC와 프린터를 묶어 팔 수 없게 되면서 시너지 효과 상실로만 피해액이 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휘트먼 CEO는 "지난해 여름까지만해도 이 회사를 하나로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이 빛의 속도를 움직이는 이 때, 분할만이 옳은 방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