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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area/General industry(산업 일반)

동부하이텍 해외 매각되도 막을 길 없어…현실과 명분 사이 딜레마

by Jinny815 2014. 3. 7.

국내 하나뿐인 파운드리 전문업체 동부하이텍이 해외 기업에 팔려도 국가핵심기술 유출에 관한 법적인 문제 자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의 인수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해외 매각에 제동을 걸 장치마저 없는 상황이다. ‘비메모리업에 헌신해 조국 선진화에 기여하자’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꿈도 중단될 공산이 커졌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2006년 7월 충북 음성에 위치한 동부하이텍 공장을 찾아 남긴 글.>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동부하이텍 매각과 관련해 해외 기업과 인수합병 시 정부에 신고·승인받아야 하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법적 검토를 거쳐 결론 내렸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기법)’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이 해외 인수합병(M&A)·합작투자를 진행하려면 정부에 미리 신고해야 한다. 산업부는 해당 기술 유출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인수합병 계약에 중지·금지·원상회복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산업부는 자체 검토 결과 동부하이텍이 산기법에 명시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는 곧 해외 기업이나 자본이 동부하이텍 인수를 시도해도 정부가 기술유출을 이유로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11월 마련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안에 따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 권한을 위임받아 노무라증권을 공동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현재 노무라증권의 실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매각 계획 발표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LG, 현대자동차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지금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급기야 산업은행이 해외 매각을 허용하면서 글로벌 M&A로 폭이 넓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법·제도를 떠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위해 국내 기업 간 M&A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200여개 중소 팹리스업체와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에 국내 파운드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의준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는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국내 파운드리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부하이텍 매각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과 맞닿아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산업 재도약 전략’을 발표하면서 팹리스-파운드리-수요기업 연계를 주요 시스템반도체 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국내 유일한 파운드리 전문업체 동부하이텍이 해외로 매각되면 연결고리가 사라져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이 같은 시각에 반론도 있다. 국내 M&A만을 고집하다 자칫 매각이 무산되면 동부그룹 유동성 회복이 지연되고 동부그룹을 넘어 국가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산업만 놓고 보면 국내 매각이 바람직하나 법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해외 매각을 막기는 어렵다”며 “추이를 살펴보며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 newlevel@etnews.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