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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stics/물류IT

블록체인, 물류혁명 가져다줄까

by Jinny815 2018. 1. 15.

블록체인, 물류혁명 가져다줄까


ㆍ제3자나 보증기관이 하던 인증 역할 대체… 거래 신속성과 안전성 동시 보장




블록체인(분산형 거래장부) 기술이 21세기 유통혁신을 견인할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이 먼저 이름을 알린 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은행을 비롯한 기존의 인프라 없이도 전 세계에서 안전하게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보안기술로지만, 적용 가능한 범위는 훨씬 넓다. 5G 상용화 및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함께 2018년 물류를 바꿔놓을 커다란 지렛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현재 국경을 넘는 해상무역은 서류와 검사, 승인의 복잡한 흐름으로 구성된다. / 자료 로테르담 항만  

현재 국경을 넘는 해상무역은 서류와 검사, 승인의 복잡한 흐름으로 구성된다. / 자료 로테르담 항만



새 프로젝트 나선 세계 거대 기업들


국경 간 무역은 더 신속해질 수 있다. 예로 네덜란드 화훼농가에서 튤립 1만송이를 쿠웨이트의 한 꽃도매상에 수출한다고 치자. 농가와 판매상 사이에는 꽃을 실어 나를 컨테이너와 화물차, 바닷길로 이동할 선박, 컨테이너가 짐을 풀 항만, 각국의 세관 및 검역당국이 켜켜이 존재한다. 화물보험 및 꽃의 대금을 결제 및 지급하는 해당 국가의 은행들도 있다. 현재의 방식에서는 각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 분량의 서류작업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무역거래는 10곳이 넘는 관계당사자들이 30종이 넘는 두꺼운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류 한 가지라도 분실할 경우 부두에 며칠씩 발이 묶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장부가 저장된다면 컨테이너에 적재된 꽃이 네덜란드 육로를 움직이고, 항만에서 선박에 적재되고, 선박이 바닷길 어디쯤을 움직이고, 항만에 언제 도착해서 통관처리가 되는지 실시간 온라인 확인이 가능하다. 컨테이너에는 사물인터넷 센서를 부착해 이동상태를 추적한다. 꽃이 목적한 주소지에 도착하면 전체 시스템에 내용이 공유되면서 자동으로 대금 정산까지 마칠 수 있다.


중간에서 서류를 위·변조하는 것은 커다란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시스템 참여자 50% 이상의 컴퓨터를 해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권위를 가진 제3자 기업이나 보증기관이 하던 ‘인증’의 역할을 블록체인은 기술 알고리즘과 다자 간 투명성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다.


업계 거인들은 재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의 최대 물류회사 UPS는 지난 11월 블록체인 트럭운송 얼라이언스(BiTA) 합류를 공식 발표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업계 표준을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물류를 흔들 신기술이 몸통을 흔들기 전에 승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스티펠의 애널리스트 존 라킨은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거래의 신속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동시에 오류 가능성이나 전체적인 인건비가 줄어들게 된다”면서 “고객들은 물건을 더 빨리 정확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BiTA 표준을 따르지 않거나 불투명한 거래를 고집하는 회사들이 패자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해상운송업체 머스크(Maersk)는 지난해 3월 IBM 왓슨 기반 블록체인 기술을 컨테이너 화물 추적 시스템에 본격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SK C&C는 한국발 상하이 도착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글로벌 블록체인을 테스트했고, 삼성SDS는 정부·국책연구기관과 함께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론칭했다.


기술 과대평가로 거품 지적도


블록체인을 유통부문에 적용하면 식품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지난 12월 미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와 IBM은 중국 칭화대와 중국 최대 소매유통업체 JD.com과 손잡고 ‘블록체인 식품안전연합’ 출범을 발표했다. 농장에서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 식재료의 원산지와 안전성, 위조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다. IBM이 블록체인 플랫폼 및 기술인력을 제공하고, 칭화대가 현지 적용을 돕는 방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유통 거인들이 블록체인을 선도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월마트에서 이 기술을 열대과일 망고에 시범적용해본 결과 과거 최장 몇 주씩 걸리던 망고의 이력 추적 기간이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생산농가에서 도축·가공을 비롯한 유통망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블록체인에 내용을 기록하도록 실험했는데, 중앙집중적인 데이터베이스 없이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한다.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은 요즘 이 같은 투명성은 시장에서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대규모 식중독이나 위해성분이 든 식품을 신속하게 추적해 대응할 수 있다. 김종승 SK텔레콤 IoT신규사업기획팀장은 “온·습도 이외에도 미생물 번식, 가스 오염, 물리적 충격 등 식품의 신선도를 측정, 모니터링하는 다양한 보급형 센서들이 개발되고 사물인터넷망으로 연결되고 블록체인으로 저장 관리하는 게 가능해질 때 식품 안전과 유통 효율화를 위한 푸드테크의 도약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공저 <로지스타 포캐스트>에서 전망했다.


블록체인 전망에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도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블록체인 기술 없이도 구현 가능한 게 90%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에 맞물린 블록체인의 경우 수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위조가 어렵지만, 소수만 참여하는 보안형 블록체인의 경우 해킹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라고 무조건 보안성이 보장되지는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가의 미술품이 운송되는 정보를 입수한 해커들이 당사자들의 정보를 정교하게 위조해 컨테이너를 중간에 빼돌릴 경우에는 속수무책이 된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2018년은 블록체인 기술만이 가진 파괴적 혁신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블록체인이 거품이 되어 가라앉을 것인지, 물류 프로세스의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인지 그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영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min@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801081811281&code=114#csidx5da636488e23103b02e81ffa23c6c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