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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이야기

현대에서 간판 바꿔단 롯데글로벌로지스…몰려든 그룹 물량에 쉴 시간도 없어

by Jinny815 2017. 1. 25.

현대에서 간판 바꿔단 롯데글로벌로지스…몰려든 그룹 물량에 쉴 시간도 없어



“롯데닷컴, 롯데쇼핑 물량이 눈에 띄게 늘었죠. 예전에는 롯데 물량이 하루에 10상자 정도 나왔는데 요즘엔 100상자 넘게 처리합니다.”


지난 20일 오전 8시 눈이 내린 서울 송파구 장지동 동남권물류센터에서 만난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기사 이기석(39)씨는 잔뜩 쌓여 있는 택배상자 사이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2년째 근무 중이라는 이씨는 회사가 롯데그룹으로 편입된 뒤로 물량이 급증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원래 배달 마치고 1~2시간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롯데그룹으로 바뀐 뒤로는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12월 롯데글로벌로지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주인이 바뀐 지 한 달 만에 찾아간 동남권물류센터에서는 현대택배와 롯데택배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현대택배라고 적힌 파란색 점퍼를 입고 있는 직원 바로 옆에서 롯데택배라고 적힌 회색과 빨간색이 섞인 점퍼를 입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 지난 20일 서울 장지동 동남권물류센터에서 ‘롯데택배’가 적힌 빨간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과 ‘현대택배’가 적힌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택배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조지원 기자



직원들이 상차(차에 짐을 실음) 중인 차량 옆면에는 ‘현대택배’가 적혀 있었다. ‘현대로지스틱스’라는 흰 글씨가 적힌 초록색 플라스틱박스와 ‘현대택배’라고 쓰여 있는 종이상자 묶음도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차량과 상자의 문구를 롯데택배로 빨리 바꾸려고 했는데 로고 정하는 것이 늦어졌고, 바로 설 특별 수송기간이 시작되면서 미뤄지고 있다”며 "설 특수기가 끝나는 대로 기업이미지(CI), 브랜드아이덴티티(BI) 교체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들은 그룹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부로 느껴지는 큰 변화는 없다고 했다. 최대 성수기인 설 연휴가 바로 시작됐기 때문에 혼란을 줄이기 위해 기존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송장(送狀)이나 배송 시스템이 갑자기 바뀔 경우 현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한진 등 다른 택배업체를 이용하던 롯데닷컴,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들의 물량이 들어오면서 일감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택배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1위를 고수하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2위를 다투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43~44%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의 시장점유율은 12~13% 수준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 전문인 롯데그룹의 물량 지원을 받게 된 만큼 확실하게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그룹에서 물류센터 확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점차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설 연휴를 앞두고 롯데글로벌로지스 물류센터 한켠에 쌓여 있는 과일상자. /조지원 기자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설 연휴…“물량 늘었다”


동남권물류센터는 서울시 안에 있는 유일한 물류센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동남권물류센터 C‧D동을 쓰고 있으며, 한진은 A‧B동을 사용한다. 동남권물류센터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와 경기도 일부 지역으로 배송되는 물량을 맡고 있는데 평소에는 하루 평균 30만건을 처리하지만, 요즘 같은 설 특수기에는 하루 평균 50만건을 소화하고 있다.


물류센터 지하 1층에는 GS리테일과 CJ푸드빌이, 3층에는 롯데닷컴‧롯데홈쇼핑, 4층에는 티켓몬스터, 5층에는 GS리테일‧LG전자 등 화주들이 입주해 있다. 화주들은 소비자의 주문과 동시에 상품을 차량에 실어 배송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류센터 안에 재고 창고를 두고 있다.


이날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들은 설 연휴를 앞두고 한꺼번에 몰려든 택배상자 분류에 쉴새 없이 바빴다. 귤, 배 등 각종 과일상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 선물세트도 보였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 시행 이후 첫 설 연휴이지만 택배 물량은 오히려 늘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우 등 고가의 선물 세트 비중은 줄었지만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는 예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들이 상자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을 설 특수기로 정하고 택배차량 1000대를 추가 투입했고, 본사 직원 30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동남권물류센터도 평소보다 30% 많은 270명을 상‧하차와 분류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한우 등 고가 선물세트를 보내는 대신 참치, 식용유 등 저가 선물세트를 많이 보내는 추세”라며 “사조산업 등 일부 업체들은 예상물량을 급하게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 2월말 중장기 전략 발표…롯데로지스틱스와의 합병 여부에 주목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2월말쯤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중장기 계획에는 추가 물류센터 설립 등 사업 확장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들이 물류센터 내 종합상활실에서 택배 분류 작업을 점검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존 롯데그룹의 물류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와 합병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가 4조5000억원대로 늘어나면서 업계 1위 CJ대한통운(5조원)과 비슷한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사업이 주력이고, 롯데로지스틱스는 그룹 내 물류 유통 등을 맡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최근 중국 최대 택배업체인 윈다(YUNDA)와 ‘한‧중간 역직구 물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면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나와 서울역 앞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그룹 내 택배수요가 풍부하고,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계열 물량 확보를 통한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조지원 기자

입력 : 2017.01.24 06:05 | 수정 : 2017.01.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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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23/2017012301543.html#csidx98bb7c12c7bb07692a6d87fe0e3e1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