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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area/IT Service

삼성SDS 30층에 빨간 스쿠터가 놓여있는 이유는?

by Jinny815 2015. 11. 16.

삼성SDS 30층에 빨간 스쿠터가 놓여있는 이유는?


계열사 일거리에 의존하던 SI 업체들… 창의적 분위기 확산 위해 이색 시도

놀이터 같은 사무실·빌딩속 숲 등 "고정관념의 틀을 깨라" 변화 바람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삼성SDS 빌딩 동관 30층엔 특이한 방 하나가 있다. 벽면에 코끼리·코뿔소가 그려진 통로를 지나 방으로 들어서면 천장엔 범선·지구본·앵무새 모형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한쪽엔 레고 블록들이 보이고 빨강·검정·노랑·파랑 벽면은 낙서투성이다. 방 한가운데엔 빨간 스쿠터까지 놓여 있는 이 방의 명칭은 'CX룸'.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는 의미다. 다양한 부서에서 뽑힌 '다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이라는 신생 조직이 이곳에서 일한다. 그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며 일하는 CX룸에는 '사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삼성SDS는 지금까지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 사업 비중이 컸다. 주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전산망을 구축·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IT 환경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면서 그것만으로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


변화의 관건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문화였다. 삼성SDS 관계자는 "CX룸은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틀을 깨라!' 계열사 일감에 의존하던 국내 SI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창의와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SDS 동관 30층의 ‘CX룸’. 다양한 부서에서 모인 직원들이 키즈카페와 같은 풍경 속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며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IT서비스를 연구·개발한다. / 삼성SDS 제공


SK(주) C&C는 경기도 판교캠퍼스를 '놀며 일하고, 일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Creative Space(창의 공간)'로 명명된 회의실 두 곳에는 구글 글라스, 오큘러스 VR(Virtual Reality), 3D 프린터, 드론 등 최신 IT 기기들이 갖춰져 있다. 회의가 겉돌거나 해법이 안 나올 때 이 기기들을 즐기며 발상을 전환한다. 구내 '자작나무 쉼터'와 '자갈길 쉼터'에선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Oh~樂실(오락실)'에선 근무시간에도 농구게임·펌프·전자오락과 각종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LG CNS는 '도전과 실험 정신'이라는 주제로 매년 '해커톤'을 연다. 해커(Hacker)와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끝없는 회의를 통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끝장 토론'이란 뜻이다. LG CNS의 해커톤은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간 신사업 아이디어와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행사다. 3회째인 올해는 32개 직원팀 외에 대학생 12개 팀이 참여해 기성 직원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포스코ICT는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 모델을 도입했다. 스컹크 웍스는 1943년 록히드마틴이 국방부의 긴급한 개발 요구에 대응하려고 만든 비밀 연구 조직.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고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선행 연구 또는 비밀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원조 스컹크 웍스는 미군 최초의 제트 전투기 원형을 개발하는 등 혁신의 산실이었다.


포스코ICT에선 신사업 아이디어가 발제되면 스컹크 웍스 멤버를 모집한다. 이들은 일상 업무를 하면서도 4주간 비공개 활동을 하며 사업 계획을 구체화한다. 직원들이 좀 더 자유롭게 개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경영진의 1차 평가, 임직원 대상 2차 평가를 통과하면 비로소 멤버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