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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gistics

당일배송 유통가 물류전쟁 “물류창고 사수” 자체배송 시스템 구축 올인

by Jinny815 2015. 10. 13.

당일배송 유통가 물류전쟁 “물류창고 사수” 자체배송 시스템 구축 올인



올해 초 파주롯데아울렛에서 진행된 ‘드론 배송’ 이벤트. 햄버거를 드론에 실어 나르고 있다. 


#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 어느 날, 오전 8시 출근 후 내내 빠듯한 배송 일정을 맞추느라 뙤약볕에 지친 쿠팡맨(소셜커머스 쿠팡의 배송 직원) A씨는 더위를 잊게 해줄 선물 하나를 받았다. 평소 쿠팡을 애용하던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러 갔을 때였다. 아파트 현관문 벨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현관문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세요. 힘내세요 쿠팡맨!’이라 적힌 쪽지와 시원한 음료수가 놓여 있었다. 쿠팡 관계자는 “빠르고 친절한 배송이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면서 이제는 반대로 쿠팡맨들도 고객들로부터 감동을 돌려받고 있다”며 “고객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쿠팡맨의 마음이 전달된 사례”라고 자랑했다. 


# 가로, 세로 1m 크기의 드론이 햄버거를 싣고 상공으로 떠올랐다. 올해 초 파주롯데아울렛은 드론을 이용해 A동에서 B동으로 햄버거를 배달하는 드론 시운전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상구 롯데백화점 물류개선 T/F 팀장은 “미래 롯데백화점이 이뤄나갈 배송 서비스의 미래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진행했다. 앞으로 폭설이나 폭우로 배송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한 산간 지역은 드론을 띄워 고객이 있는 곳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드론 배송’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무조건 빠른 배송보다는 고객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맞춤형 배송 서비스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망라한 물류전쟁이 시작됐다. 


일정 금액 이상이면 배송비 무료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일 배송, 정직원 직배송 등 저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도 식상해질 정도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배송지와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이 출고돼 그날 바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 서비스는 물론 3일 내 배송이 이뤄지지 않으면 하루당 1000원의 적립금을 주는 ‘배송 지연 자동 보상제’를 운영하는 곳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류 전쟁의 궁극적인 배경은 배송이 기본인 모바일·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13조1000억원.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1년에 6000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생수, 휴지, 기저귀 등은 전문용어로 한번 브랜드를 선택한 후에는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고려 없이 구매를 하게 되는 저관여 제품이다. 맞벌이 가정,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저관여 제품을 모바일 쇼핑으로 적극 해결한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재구매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영민 네모파트너즈 상무의 분석이다. 


이런 업계 특성을 간파한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업체들은 배송 차별화 전략으로 모바일 쇼핑에서만큼은 롯데, 신세계 등 전통 유통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4년 쿠팡의 ‘로켓배송’을 필두로 소셜커머스업체들이 내건 ‘당일 배송’은 유통업계 물류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들 업체는 24시간 내 배송, 혹은 익일 배송을 내걸고 이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시작은 늦었지만 종전 유통 채널들의 반격도 거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문 다음 날 상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당일 출고 정책’을 전 품목으로 확대 중이다. 제품 출고 시간을 오후 3시로 맞춰 3시 이전 주문 건은 그날 바로 배송에 들어갈 수 있게 한 걸로도 모자라 조만간 오후 5시로 늦추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몰은 30분 단위로 실시간 배송 안내 상황을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고객들의 궁금함과 기다림을 최소화해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연히 업체들은 질세라 배송 관련 투자에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난리다. 자체 물류 시스템이 있으면 그만큼 배송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조원의 자금을 유치한 쿠팡이 그 자금을 대부분 물류설비 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최근 쿠팡은 9만9173㎡ 규모에 달하는 인천 물류센터를 신축했다. 이어 경기, 인천, 대구 등 현재 8개인 물류센터를 16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종전 유통 강자들도 잰걸음이다. 이마트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보정 물류센터를 오픈했으며, 올해 12월 김포 물류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서초와 강남 지역의 온라인 주문을 3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안성 물류센터를 총 대지면적 25만5000㎡(7만7000평), 건물면적 9만9000㎡(3만평)까지 넓혔다. 건물면적만 축구장 14배 규모다. 


자체 물류창고를 갖기 힘든 업체들은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G마켓-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스마트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마트배송은 오픈마켓 G마켓-옥션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상품을 이베이코리아가 한 번에 묶음배송 해주는 서비스. 이베이코리아가 판매자 물류 운영을 대행해주는 셈이다. 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는 CJ대한통운으로부터 용인 물류센터를 임대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업체들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손잡기를 시도해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신선식품이나 생필품 등의 당일 배송을 위해 홈플러스, GS수퍼마켓을 오픈마켓 사이트에 입점시켰다. 11번가의 ‘홈플러스 전용관’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고객 주소와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이 출고된다. 물류 시스템 구축이 힘든 업체로선 다른 유통사의 오프라인 매장이 물류센터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배송업체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서비스 강화도 방법이다. 동부익스프레스를 두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백화점 3사 중 롯데로지스틱스를 통해 직접 물류 시스템을 갖춘 롯데백화점과 달리 현대와 신세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롯데로지스틱스 외에도 추가로 물류 업계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물류 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용진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유통업체들의 물류 전쟁은 창고 전쟁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물론 싱가포르계 해외 펀드들도 국내 물류창고 또는 창고 관련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임대든 소유든 창고를 갖는 것이 유통업체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란 얘기”라고 말했다. 


해외 성공 사례가 도입될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게 아마존의 벤더플렉스(Vendor Flex). 아마존 직원이 제조사 또는 유통사의 물류센터에서 포장과 배송을 완료하는 것으로 별도로 창고를 보유하지 않고도 배송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벤더플렉스 방식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있으면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맨 법적 지위 논란 


택배사 “운송사업법 위반” vs 쿠팡 “무료 서비스 제공” 


쿠팡의 ‘로켓배송’을 두고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지난해 3월 선보인 배송 서비스. 9800원 이상 상품의 경우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쿠팡은 자체 트럭과 정직원인 ‘쿠팡맨’을 두고 있다. 


로켓배송의 불법 논란은 로켓배송을 유상의 택배업으로 볼 것인지, 무료 서비스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택배업계는 “배송 비용이 물품 가격에 전가되므로 로켓배송은 운송사업법을 침범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쿠팡 측은 “무료 서비스 제공일 뿐 택배업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맞서왔다.




현재 이 같은 논란은 1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택배물류업계는 국토부가 로켓배송의 불법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법제처 역시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했다. 불법 논란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2015-10-12 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