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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ching(코칭)

"국산SW, 안방이 독이다···시작부터 글로벌하게"

by Jinny815 2013. 11. 25.



"슈퍼스타K와 같은 K팝 오디션에는 젊은이들이 수백만명 몰려가는데 왜 SW(소프트웨어)는 3D업종이라며 기피할까요? '글로벌'에 답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성공모델을 발굴하고 투자한다면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이나 한국의 게임산업처럼 우리나라 SW업계에서도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세계1위 비즈니스 SW업체 SAP의 한국사업을 총괄하는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50)은 한국이 IT강국으로 도약하려면 SW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인 'ERP'로 유명한 SAP는 독일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독일 최대 기업 중 하나. 오직 SW만을 제공하는 SAP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은 163억 유로(23조2000억원)로 지난해 국내 패키지 SW 시장규모(4조1643억원)의 5배가 넘는다. 


SAP코리아는 매해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2008년9월 사장에 취임해 5년 넘게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온 형 사장은 한국 SW 산업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왔다. 


그는 "SW 산업은 창의성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은 물론 세계 시장 진출이 용이해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한국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상품 수출로 성장해왔지만 산업의 컨버전스 흐름에 맞춰 모든 기기에 SW 탑재가 확대되면서 SW가 제품의 성능과 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SW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개발자들의 지적재산권 확보, 글로벌 표준플랫폼 수용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SW 지원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싸이월드가 국내 시장에 초점을 맞추다 큰 기회를 페이스북에 내줬다"며 "SAP는 앱스토어, 하나(HANA) 마켓플레이스 등의 표준 플랫폼을 마련해 SW 개발자들이 능력을 인정받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SW혁신 전략을 강조하면서 정부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SAP와 같은 세계적 SW기업이 탄생하려면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글로벌 표준 플랫폼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수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장기적 성공이 어렵다. 처음부터 글로벌 성공 모델을 발굴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 존재하는 SW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발하고 적용해 국산화하는 수준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우리 눈앞에는 아주 달콤한 내수시장이 있지만 그것만 보고 사업을 하면 한 가족 먹고살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기업이 한국에 진출했을 때 시장을 뺏기게 된다. 전에 없는 새롭고 혁신적인 SW를 창조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나.

▶한국 SW업체가 정부 돈을 받아서 투자하고 창업했는데 그 돈이 다 국산화에 사용된다고 하면 그건 엄청난 국력의 손실이다. 단기간에 수익 모델을 보여줘야 하는 것에 급급하지 않도록 지원하면서 긴 호흡을 갖고 새로운 SW를 창조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보다 SW 개발자들의 지적재산권이 확보돼야 한다. 한국 SW 개발자들은 대규모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하청업체처럼 존재하고, 시간 당 돈을 받는 비정상적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가에게 작품 당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 당 돈을 받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글로벌IT 기업들의 변화가 빠르다. 무소불위의 IT기업이 몰락하고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면서 SAP도 위기의식이 클 텐데 비즈니스 전략 등 지향점은? 

▶SAP는 ERP와 같은 전통적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굳건히 선두 자리를 지키면서 차세대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모바일 △애널리틱스(analytics)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베이스&테크놀로지(D&T) △클라우드 등 5대 혁신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석세스팩터스, 아리바, 하이브리스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클라우드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IT 업계 가장 큰 화두를 꼽는다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기존 있던 기술이지만 데이터 하나 찾는데 며칠씩 소요되기도 했다. 빠른 속도가 확보되면서 대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 모아 분석하는 게 가능해졌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전 세계적 대세다. 미국 CIA도 아마존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SAP도 클라우드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3자리수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은 유독 보안 등 이슈로 도입이 뒤쳐지고 있다. 보안 때문에 클라우드 사용을 주저하는 것은 돈을 은행에 맡기는 게 두려워 집안 장롱에 보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클라우드를 지원해야 한다. 


-SAP의 빅데이터 활용 통합플랫폼 '하나(HANA)'를 한국 연구소에서 개발해 SW업계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한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하나'는 ERP 출현 이후 기업용 SW 영역에서 일어난 가장 혁신적인 물결로,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에 방향을 제시한다. 디스크가 아닌 메인 메모리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검색 및 접근이 일반 데이터베이스(DB) 보다 10000배까지 빠르다.


-'하나'의 활용사례를 들자면.

▶'하나'는 정형·비정형 등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찾아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하나' 플랫폼을 바탕으로 임상데이터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환자 데이터를 분석, 적절한 처방을 신속히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시간대에 자동제세동기(심장충격기) 처치를 받은 환자의 사망 빈도가 높은 것을 파악하고 신입 의사들의 교대 시간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AP는 매년 매출의 15%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하고 한국 등 14개국에 기술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은?

▶SAP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SAP 랩스 코리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 연구소의 독자적 기술과 글로벌 기업인 SAP의 기술이 융합돼 시너지를 낸 성공사례다. SAP는 SAP 랩스 코리아에 연구개발 인력 확충 등 지속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창조경제 정책에 맞춰 SW 산업 육성 및 창업 활성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시간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인메모리 '하나'와 SAP 솔루션을 국내 최고 클라우드 기업과 함께 SW 개발 환경으로 제공한다. 또 다양한 창업 벤처와 중소기업이 SAP 스토어와 SAP 글로벌 채널을 통해 전세계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SW 산업은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SAP코리아의 노력은.

-SAP코리아는 지난해부터 국내 10만 SW 개발자 양성을 강조했다. 유튜브 SAP 교육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지금까지 13만명이 넘는 사람이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런베터(Run Better) 창업경진대회'도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모바일 앱 개발거점 대학을 선정해 교육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모바일 앱 개발 파트너 대학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전세계 100만여 학생들에게 양질의 콘텐츠와 교육을 제공해 온 SAP 대학협력 프로그램(University Alliance Program)을 한국에서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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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사진=이동훈 기자

-'런베터 창업경진대회'는 어떤 행사인가.

▶SW를 활용한 경영혁신 방안을 찾고 유능한 인재와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정부관련 기관과 글로벌 IT 기업, 창업투자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SW 개발 2개 부문으로 나눠 본선 및 결선을 거쳐 12월3일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수상 팀에 창업·기술 교육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SAP가 돕는다. 현재 145개 지원팀 중 20개 본선 진출 팀이 최종 결선을 앞두고 SAP의 멘토들과 함께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지난해 직접 '마켓 3.0 탱고경영' 책을 출간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리더의 덕목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리더의 덕목은. 

▶좋은 리더는 한마디로 '똑게따'다. 똑똑하고 게으르지만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이다. 인재들이 자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CEO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한국 기업들이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혁신을 통해 전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이 혁신적인 '하나' 플랫폼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SAP 한국 고객 가운데 100개 이상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한국 SW 인재들 및 기업들에게 롤 모델인 기업으로 인정받고 싶다


머니투데이 대담=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장, 정리=강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