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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

인터뷰 임영록 “KB금융, 덩치에 안주해 생산성 저하”

by Jinny815 2013. 10. 14.




<인터뷰> 임영록 “KB금융, 덩치에 안주해 생산성 저하”(종합)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KB금융이 그동안 덩치에 안주해 생산성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맞은 임 회장은 “리테일(retail·소매 영업)에 보다 집중해 ‘리딩(leading·선두) 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KB금융의 생산성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데.


▲지점장은 눈썹을 휘날리며 뛰는데 ‘프리 라이드(free ride·무임승차)하는 중견 직원들이 있다. 지점장 승진을 기대하지 않는 ’승진 포기자‘들이다. 이들이 더 열심히 일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점진적으로 고쳐 나가겠다.


1인당 생산성의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면 2010년식으로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인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작동해야 한다. ERP 가동으로 3천명을 구조조정했지만, 5천억원 넘는 비용만 치르고 미봉책에 그쳤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주택경기가 점차 살아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점이다. 우량 고객에 대한 대출 관리를 통해 순이자마진(NIM)을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판매관리비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부분이 꽤 있다.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의 자리를 잃은 원인은.


▲KB금융은 큰 덩치에 안주했던 면이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서 (규모는)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금융그룹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관리할 때 KB금융은 규모의 우위에 안주한 탓에 기회를 놓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 밖에 (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의 요인도 있었다.


경쟁 금융그룹들도 KB금융의 리테일 역량은 인정한다. 그동안 다른 데 관심을 쏟느라 기본이 흔들렸는데, 리테일 최강자의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 리테일에 보다 집중해 리딩 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겠다.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우투증권) 인수전에 나설 계획인가.


▲재무자문사, 회계자문사, 법률자문사를 선정해 분석하고 있다. 태스크포스(TF)팀에서 수시로 내게 보고한다. 증권업은 매력적인 분야다. 다만, 현재 자본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인수 가격과 미래가치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ING생명 인수를 진행하다가 이사회와의 이견조율이 실패했던 사례를 고려해 이번에는 좋은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


--우투증권이 매물로서 매력이 있다고 보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우투증권과 관련해선 ’1+3‘(우투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금융저축은행) 매물에 대해 가격, 미래가치, 증권사의 발전 가능성, KB금융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보겠다. 우투증권 패키지는 ’1+3‘ 방식이므로 KB금융이 참여할 때 전략적으로 제휴해서 들어가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번에는 이사회를 설득할 자신이 있나.


▲KB금융 사외이사들은 각계의 명망가다. 특정 사안(우투증권 인수)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소통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를 교환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KB금융 이사회가 ’강성‘이란 인상을 줬지만, 실제로는 (어윤대 전 회장 시절의) ING생명 인수 외에 반대 안건이 없다. 당시 이사회는 2조원 초반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최근 MBK파트너스와 타결된 인수 금액은 1조원대 후반(1조8천억원) 아닌가. KB금융이 2조원 초반의 가격으로 인수 계약을 맺었다면 6개월 남짓한 기간에 KB금융이 수천억원 더 비싸게 산 셈이 된다. 이사회의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었다.


--사외이사들과 역학 관계는 어떤가.


▲KB금융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 이사회와의 소통과 신뢰가 상시로 이뤄지고 현안과 전략에 대해 사전 교감, 의견을 모아가면 갈등 소지를 충분히 없앨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는 어떻게 보나.


▲금융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각자 기능을 성실히 하면 잘 돌아간다. 결국 ’저축은행 사태‘처럼 탐욕 때문이다. 탐욕이 앞서면 무리를 한다.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문제가 그렇다. 동양그룹은 CP로 금리를 더 받으려는 고객에게 위험도 잘 알려야 했는데 아쉽다.


--임원 성과보상 체계 개편은 어떻게 되나.


▲KB금융은 임원에 대한 성과보상 체계가 10년 가까이 동결됐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과 견주면 오히려 보수 수준은 낮아졌다. 이번에는 새로운 경영진이 출범하면서 조직을 슬림화해 임원 인건비 지출을 30% 가까이 줄였다. 다만, 그룹의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월급이 일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해 좋은 방향으로 도출할 것이다.



--올해 KB금융의 실적 전망은.


▲전체적으로 여건이 안 좋다. 상반기에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여러 요인 때문에 영업 현장에서 영업을 치밀하게 못 한 부분이 있다. 2분기에는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수익성, 건전성, 성장성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본점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영업점에 던져주고 성과평가지표(KPI)로 (판매를) 독려하는 방식을 바꾸겠다. 영업점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본점에 제안하면, 본점이 타당성을 검토해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