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승부처는 '배송'
유통사 경쟁 포인트 점포 입지에서 배송 속도로 옮겨 가
유통 업계가 너 나 할 것 없이 배송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빠른 배송에 투자하고 있고 롯데쇼핑은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그룹과 함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등 이마트몰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한편 배송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이제 유통 업체들에 빠른 배송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런데 공격적으로 물류 부문에 투자하고 나선 쿠팡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도 물류 부문 투자 부담으로 수년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쿠팡을 제외한 유통 업체들이 물류 인프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형 택배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유통 업체들은 물류 프로세스의 대부분을
택배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일 배송 등 빠른 배송 확대를 위해 대형 택배 업체들과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업체들의 배송 전쟁은 택배업에 큰 기회다. 모든 유통 업체들이 효율적인 배송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배송 프로세스를 직접 수행하기에는 투자 부담이 크다. 오프라인 매장의 온라인화가 진행되면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택배 수요가 고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소매시장 성장은 온라인 쇼핑이 주도한다. 지난해 가장 큰 소매 채널로 올라선 온라인 쇼핑은 2018년에 백화점과 마트를 합한 규모보다 커지고 2020년에는 국내 소매시장의 30%를 차지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오프라인 유통이 주도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모든 소매 채널은 옴니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이마트도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으로 유통업의 핵심 가치 또한 변화하고 있다. 로케이션이라는 유통업의 절대 가치가 희석되고 있고 배송 경쟁력이 핵심 가치의 하나로 올라서고 있다. 고객 접점이 로케이션에서 배송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며 유통업의 배송 전쟁이 시작되는 이유다.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대형 유통 업체 또한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더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현재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온라인의 성장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통 강자들, 배송 전쟁도 앞서 가
배송 전쟁 관점에서의 톱픽스는 유통업에서 롯데쇼핑·이마트, 운송업에서는 CJ대한통운이다.
롯데쇼핑은 국내에 가장 많은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백화점·아울렛·대형쇼핑몰·마트·슈퍼마켓·편의점·가전전문점 등 모든 채널을 가지고 있다. 또 엘롯데(프리미엄 온라인몰)·롯데마트몰·e-슈퍼·롯데닷컴 등을 통해 의류·잡화·식품·가전제품 등 모든 상품군의 온라인 오프라인을 연계하고 있다.
미래 소매 채널의 최적 환경인 옴니채널 구축에 유통 업체 중 가장 앞서 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는 이미 스마트비콘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본점 주차장에는 24시간 픽업 로커가 설치됐고 픽업로커는 편의점을 통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이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옴니채널 확대에 롯데멤버스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별도로 운영되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회원 제도를 ‘롯데멤버스’로 통합하면서 상품 분류 표준화와 소매 채널 이용 행동 분석 등 빅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관계관리(CRM)를 옴니채널 전략에 적극 활용 중이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확보는 배송 경쟁력을 크게 강화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이지스 1호(2015년 1월 롯데그룹 계열 편입)가 8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지스 1호의 지분은 롯데그룹 35%, 오릭스PE 35%, 현대상선 30%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는 옴니채널 확대 전략에 따라 배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문제는 해외 사업의 부진이다. 2분기 해외 백화점과 해외 마트의 손실 규모는 각각 250억 원, 330억 원으로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실 폭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손실 규모는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마트 중 부진 점포의 폐점이 진행되고 있고 신규 출점 시기도 조정되는 중이다. 중국 백화점은 2017년이면 초기 진입 이후 7년이 경과한다. 지난 2년간 신규 출점에 따른 손실 확대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점진적으로 손실 폭이 줄어드는 시기에 진입한다.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는 33만 원을 제시한다.
이마트의 온라인 창구인 이마트몰의 성장률은 현재 전년 대비 30%를 웃돈다. 이마트몰의 성장 동력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전용 물류센터다. 경기도 용인에 자리한 보정센터는 수도권 남부 15개 점포의 온라인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연말에는 김포에 용인 보정센터보다 규모가 두 배 더 큰 온라인 전용 물류 센터가 들어선다.
▲성장 전기 맞은 택배 업체
다만 자회사 중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은 부담이다. 2015년 영업 손실 규모는 330억 원으로 추정돼 지난해 영업 손실 140억 원보다 확대된다. 9월부터 시작되는 인천공항 면세점 때문이다. 높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초기 손실은 불가피하다. 다만 연매출이 3000억 원에 이르는 2017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 주가는 3만 원을 제시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시장의 40%를 점유한 최대 사업자다. CJ대한통운의 택배 부문 매출 비율은 30.1%다. 작년 2분기 보다 2.7% 포인트 상승했다. 택배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더 크게 늘었다. 작년 2분기 18.9%에서 올해 35.4%로 늘어났다. 택배 운임이 인상되지 않은 가운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익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꽤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체들의 배송 경쟁 심화로 새롭게 창출되는 택배 물동량이 CJ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택배 사업자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택배 물동량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택배 부문의 이익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당일 택배 수요가 의미 있게 늘어날 2~3년 이후에는 운임 상승도 기대된다. CJ대한통운은 빠른 배송을 위한 별도의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운임이 오르면 마진도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매수’ 의견과 목표 주가 23만 원을 유지한다. (끝)
(이홍표 한경비즈니스 기자) 2015-10-11 13:51:00/haw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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