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유통 결산 ② ]‘1분이라도 더 빠르게’ 쿠팡發 배송 전쟁
기사입력 2015-12-26 09:44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마트에 가는 것보다 로켓배송이 빨라요”.
주부 전모(29) 씨는 출산 이후 소셜커머스를 애용하고 있다. 기저귀부터 라면까지 웬만한 것들을 다 소셜커머스로 해결한다. 아기를 데리고 마트에 가기가 어려워 남편이 있는 주말에나 가곤 하는데, 소셜커머스는 휴대폰으로 클릭만 하면 다음날 바로 상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쿠팡이 지난해 3월 시작한 자체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은 유통업계에 ‘배송 전쟁’을 불러일으켰다. 쿠팡은 택배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쿠팡맨을 채용해 직접 배송함으로써 배송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단축시켰다. 아침에 주문하면 오후에 받을 수 있고, 공휴일에도 배송해 주는 로켓배송은 빠르게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소셜커머스 경쟁업체인 티몬과 위메프가 가만히 있을 순 없는 일이었다. 티몬은 수도권 지역에 당일배송 서비스 ‘슈퍼배송’을 시작하고, 배송이 지연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지연보상제’도 도입했다.
위메프는 낮 12시 전에 주문하면 당일배송해 주는 ‘지금 가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으로 무장한 소셜커머스에 고객을 뺏긴 기존 유통업체들도 배송 전쟁에 뛰어들었다. 홈쇼핑은 물론 백화점, 마트, 심지어 편의점까지 배송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의 유통업계가 ‘가격’을 두고 전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배송’도 승부처가 된 것이다.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보정센터)에서 배송차량이 물건의 탑재를 기다리고 있다.사진=헤럴드경제DB]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당일배송을 확대하며 온라인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오후 2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오후 4시 이전에 주문하는 고객에게 당일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6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김포에 두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착공,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이다.
홍플러스는 지난 9월 대형마트 최초로 ‘오토바이 퀵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강서점과 잠실점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평균 50분 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어 이용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홈플러스 퀵배송 오토바이가 상품을 싣고 질주하고 있다.사진=헤럴드경제DB]
지난 8월과 9월에는 G마켓과 옥션에 당일배송 전문관을 입점시키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준비했다. 내년 2월 문을 여는 이 센터는 수도권 11개점 권역, 하루 1만건 이상의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였던 백화점도 배송에 눈을 돌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오토바이 퀵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몰에서 백화점 본점 상품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 안에 주문하면 4시간 안에 배송해 준다.
소비자가 찾아가는 곳으로 인식되던 편의점이나 기업형슈퍼마켓(SSM)도 배송 전쟁에서 예외는 아니다.
롯데슈퍼는 배송을 담당하는 서초센터, 상계센터, 장안센터를 열고 ‘3시간 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CU는 지난 6월부터 배달 전문업체 부탁해와 함께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CU멤버십 앱이나 부탁해 앱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파는 것을 넘어 ‘1분이라도 더 빠르게’ 배송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고군분투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쿠팡은 2017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21개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4만여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6개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소셜커머스는 매출액 대비 과도한 투자로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객단가가 떨어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배송 부문 강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커머스는 당장의 이윤이 아닌 트래픽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향후에도 제로마진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출한 옴니채널들이 소셜커머스를 따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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