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산 넘어 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고 소액주주들까지 가세하면서 삼성그룹에 초비상이 걸렸다.
엘리엇 '反합병' 소액주주 가세
차기 합병 카드도 난관 봉착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계획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대량 행사로 무산된 데 이어 이번 합병건마저 물 건너갈 경우 2013년부터 진행돼 온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에 차질이 예상된다. 향후 예정된 삼성SDS와 삼성전자의 합병건도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으로의 지배구조 개편이 산 넘어 산의 형국이다.
일단 삼성 측은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다음 달 합병결의를 위한 주총에 앞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KCC에 대규모 지분 매각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삼성으로선 이번 합병건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합병 카드'로 예상된 삼성전자와 삼성SDS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 부회장은 그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이 0.57%에 불과해 지배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삼성SDS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두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처럼 삼성SDS 주가가 오르고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는 구도가 재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야 이 부회장이 합병법인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 합병 반대와 비슷한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삼성SDS와의 합병 계획을 최근 부인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이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연내 합병은 희박하다는 게 삼성 안팎의 전언이다. 그룹 측이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자 승계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 짓기로 한 것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동진 기자/
2015-06-14 [20:17:46] | 수정시간: 2015-06-14 [20:17:46] |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