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던 주요 IT 서비스 업체들이 해외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초반 해외 사업 성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지만, 편중된 사업 분야와 해외 사업 특유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위험 요소라는 지적이다.
최근 공개된 주요 IT 서비스업체의 2013년 실적을 보면 LG CNS와 SK C&C의 매출은 각각 1.9%,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SDS는 매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전년 대비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용산 역세권 개발 투자 실패 등을 고려해도 영업이익 성장률은 경쟁사에 미치지 못한다. 대기업의 국내 공공시장 입찰이 제한된 가운데, 업계 전반적으로 신규 투자가 늘어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올해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주요 IT 서비스 업체의 2013년 매출과 영업익, 해외 매출 비중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LG CNS는 현재 150억 원 규모의 코스타리카 우정 현대화 사업을 수주하는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3500만 달러 규모의 콜롬비아 ICT 교육역량 강화 사업, 2000억 원 규모의 아테네 'e-티켓팅' 스마트 교통 시스템 등에 이은 대규모 해외 사업 성과로, 올 연말경 발표되는 총 1조 6,000억 원 규모의 런던 교통카드 사업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LG CNS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 C&C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57%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330억 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정부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모바일 커머스와 스마트 카드 관련 프로젝트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온라인 자동차 거래 사이트 같은 비IT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44%를 차지한 삼성SDS는 올해 이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려 잡았다. 기존까지 주력해 온 해외 물류 IT 부문에 대한 사업 기회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 주요 IT 서비스 업체의 해외 진출 성적표를 보면 겉으로는 견실하지만, 위험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무엇보다 업체 대부분이 특정 분야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 예를 들어 삼성SDS는 해외 매출이 경쟁사의 10배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물류 IT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의 해외 프로젝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체 삼성SDS 매출의 65.5%가 계열사 물량이었다. 당분간은 계열사 프로젝트만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해외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공공시장 입찰이 제한되면서 새로운 레퍼런스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공 프로젝트는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하고 구축 과정에서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해외 시장에서도 활용할 만한 대규모 공공 레퍼런스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사례를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활용할 수 있는 삼성SDS만 다른 업체보다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이밖에 해외 IT 서비스 시장의 문화와 프로세스도 주요 사업 리스크로 꼽힌다. LG CNS 관계자는 "국내 사업은 발주처나 예정일이 정해져 있는 반면 해외 프로젝트는 준비기간이 길고 실제 계약에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며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수주를 포기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저가 수주에 대한 우려도 크다. SK C&C 관계자는 "처음부터 높은 마진으로 수주해도 결국 프로젝트가 끝나면 수익이 전혀 안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해외 프로젝트는 돌발적인 비용 변수가 많아 덤핑은 가장 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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